Ⅰ. 서론 ― ‘현대 기독교 성공 신화’의 균열
호주 시드니를 본거지로 전 세계에 지회를 둔 초대형 개신교 교회 힐송교회(Hillsong Church)는 한때 글로벌 오순절 운동을 대표하는 메가처치로, 현대 기독교의 성공 모델로 칭송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일탈과 성범죄 은폐 논란, 조직 내부의 권력 남용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며 심각한 내홍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초, 힐송교회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내부 고발이 공개되며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2023년 3월, 호주 연방하원의 독립 의원 앤드류 윌키(Andrew Wilkie)가 의회에서 힐송교회의 조직적 재정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사태는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었다.
Ⅱ. 본론 ― 헌금의 행방과 드러난 권력형 재정 남용
1. 내부 고발과 수입 축소 보고 의혹
윌키 의원은 힐송교회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방대한 재정 기록과 이사회 문서를 근거로, 의회 면책특권을 활용해 자료를 전면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힐송교회는 다년간 헌금과 각종 수입을 의도적으로 축소 보고해 왔으며, 실제 수입은 공식 보고보다 연간 약 8,000만 달러(약 960억 원)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 막대한 자금 중 일부는 해외 차명 계좌를 통해 은닉되거나, 과도하고 사적인 비용 지출 형태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윌키 의원은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회계 부실을 넘어 사기, 돈세탁, 탈세 등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 브라이언 휴스턴과 지도부의 사적 유용 사례
유출된 문서에는 힐송 설립자 브라이언 휴스턴 목사의 호화 생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이동이 제한되던 시기, 휴스턴 목사 가족 4명은 지인들과 함께 멕시코 칸쿤으로 3일간 초호화 휴가를 떠났고, 그 비용 15만 달러(약 2억 원)를 교회 공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는 전용 제트기를 개인 택시처럼 이용해 한 분기 동안 총 17만9천 달러(약 2억 3천만 원)의 항공비를 교회 자금으로 지출한 기록도 공개됐다.
3. 후임 지도자와 명품·현금 지출 논란
후임 글로벌 담임목사인 필 둘리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항상 이코노미석을 탄다”고 말해왔으나, 내부 문서에는 본인과 딸을 위한 비즈니스석 항공권에 수만 달러를 지출한 내역이 포함돼 있었다. 과테말라, 멕시코, 미국·케이프타운 노선에서만 총 수십만 달러가 교회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기록됐다.
아울러 헌금이 선교나 구제 대신 지도자 가족의 사치품 구매에 쓰였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바비 휴스턴을 위한 까르띠에 시계(6,500달러), 루이비통 여행 가방(2,500달러), 고급 시계와 명품 선물, 그리고 전·현직 임원들에게 지급된 수만 달러 상당의 생일·기념일 현금 선물 내역이 문서에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과거 성범죄 은폐에 연루된 인물에게도 3만 달러의 사례비가 지급됐다는 폭로도 나왔다.
4. 해외 설교가 사례비와 탈세 의혹
힐송교회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내부 문건에는 조이스 마이어, T.D. 제이크스 등 미국 유명 설교가들이 힐송 집회에 초청돼 수만~수십만 달러의 사례비를 받은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 문서는 이러한 고액 사례비 지급이 국경을 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소득을 위장하고 세금을 회피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5. 교회 측의 반박과 정부 조사 착수
힐송교회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주장은 맥락을 벗어난 일방적 폭로”라며, 외부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감사 결과 심각한 불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혹의 중대성으로 인해 호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와 국세청(ATO)은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연방정부 각료들 역시 강도 높은 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일부 신도들은 교회를 떠나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Ⅲ. 결론 ― 메가처치와 종교 권력의 구조적 한계
호주 힐송교회 재정 비리 논란은 단순히 한 교회의 일탈을 넘어, 초대형 교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막대한 헌금과 글로벌 조직을 운영하면서도, 내부 견제 장치와 재정 투명성이 부재할 경우 종교적 권위는 곧 사적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제 혜택과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운영되는 종교기관이 상응하는 수준의 책임과 공개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신앙 공동체는 쉽게 부패할 수 있다. 힐송 사태는 종교의 이름으로 축적된 권력이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종교기관 역시 투명성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일깨우는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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