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2024년,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를 뒤흔든 대규모 아동 학대 은폐 스캔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1970~80년대 영국과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평신도 지도자 **존 스미스(John Smyth)**가 다수의 청소년을 상대로 신체적·성적 학대를 저질렀음에도, 교회는 이를 알고도 가해자를 해외로 도피시켜 은폐했다. 결국 사건은 40여 년이 지나서야 폭로되었고, 수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영국 국교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2013년 학대 사실을 보고받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책임이 드러나며 2024년 사임을 발표했다. “이미 경찰이 조사 중인 줄 알았다”는 그의 해명은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 본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독립조사 **Makin 보고서(251쪽)**에 따르면, 성공회 지도부는 1982년 이미 스미스의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내부적으로만 처리했다. 교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미스에게 “조용히 영국을 떠나라”고 권고했고, 그는 짐바브웨로 건너가 같은 범죄를 반복했다. 1992년 한 소년이 의문의 익사 사고로 숨졌지만,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스미스는 2018년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스미스의 학대는 2017년 영국 채널4 탐사보도로 세상에 알려졌고, 그제서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교회의 조직적 은폐 구조를 드러냈다. 영국 정부의 **아동성학대 독립조사위원회(IICSA)**는 성공회를 “가해자가 숨기 좋은 곳”이라 규정했다. 성직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문화, 그리고 교회의 체면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비극을 키웠던 것이다.
웨일비 대주교는 사임 성명에서 “2013년부터 2024년까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재차 안긴 데 대해 개인적·제도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전 세계 8,500만 신자를 거느린 성공회는 지도자의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고, 교회 내 여성 성직 논쟁과 교리 갈등 속에서 더욱 흔들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제서야 교회가 변화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지만, 신자와 사회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 결론
영국 성공회의 은폐 스캔들은 단지 한 교단의 문제가 아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버린 종교”, 이 구조적 병폐는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 안에도 뿌리 깊게 존재한다.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외면한 교회의 태도는, 종교 권위에 대한 맹목적 숭배와 폐쇄적 조직문화의 산물이다. 웰비 대주교의 사임은 일종의 책임 표명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회가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면, 권위주의를 걷어내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구조적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신앙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 권력의 보호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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