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바티칸에서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늘 “로마 외부”에서 처리되곤 했는데, 드디어 교황청이 자기 집 안방에서 일어난 일을 자기 법원에서 다루게 된 겁니다. 드라마 제목을 붙이자면 “성 베드로 성당 옆 법정”쯤 되겠네요.
주인공(?)은 가브리엘레 마르티넬리 신부. 당시엔 미성년자 예비신학교에서 상급생이었고, 나중엔 당당히 사제가 되었죠. 문제는, 그 시절 교황 미사 복사로 뽑히는 어린 신학생 L.G.에게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피해자는 학교 책임자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냥 기도해” 정도의 태도를 받았다네요. (이쯤 되면 ‘묵상’이라는 말이 참 다용도로 쓰입니다.)
재판은 길었습니다. 1심에서 법원은 아주 신박한 논리를 폈습니다. “2008년 이전엔 피고인이 16세 미만이어서 법적으로 처벌 불가, 이후는 증거 불충분.” 게다가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덧붙였죠. 이쯤 되면 피해자가 복도에서 WWE 레슬링 기술이라도 썼어야 했나 싶습니다.
물론 항소가 있었고, 드디어 2023년 말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성년 부패죄”라니 이름부터 참 고풍스럽습니다.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 벌금 1,000유로. 그런데 놀라운 건, “역사적인 첫 유죄 판결”이라고 하면서도 피고인은 법정구속이 안 됐다는 사실. 그냥 “사목 활동 제한” 정도 조치만 받았다네요. 사실상 “넌 교회 행사 MC는 당분간 하지 마” 수준 아닐까요.
피해자는 이미 성직자의 길을 떠났습니다. 다만 판결을 통해 일부나마 피해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늦게나마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느끼듯, 종교가 종교다워야 종교지,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 그냥 “피해자 양성소”가 따로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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